대사
13- 여긴 아무것도 없어. 오직 따스한 태초의 어둠뿐이지. 너의 겨자씨보다도 작은 의식은... 이 안에 푹 절여져 있으니. 여기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돼.
- 가늘고 평범한 수염을 가진,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남자가 당신이 다가옴을 알아차린다. 그는 들고 있던 장부를 내려놓고, 경위 쪽을 돌아본다.
- "내 형제 이야기를 꺼내면 네가 떠벌이고 있는 걸 가만히 보고 있어 줄 줄 알았어?" 그의 눈이 번득인다.
- 돌로레스 데이... 인문주의, 국제주의, 복지 국가의 무결자가 당신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그녀는 손에 항공 가방을 들고 있다. 어딘가를 바삐 가는 모양이다.
- 이번에는 자비로운 수면이야, 형제. 계속 들려오는 바닷소리 덕분에, 잠에 너무 깊게 빠져들지 않는 거지.
- 무대는 당신의 공연을 기다리고 있다. 뭔가... 조용한 느낌이다. 발 아래 알갱이가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릴 정도다.
- 아무것도 머릿속에서 튀어나오지 않습니다. 이상한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 어린 시절의 냄새가 기억나?
- 이번에는, 잠들기가 훨씬 쉬워. 네 머리는 베개의 푹 들어간 곳에 자리잡아 아주 편안해. 다리와 몸통이 마치 깊은 해저로 빠져드는 납덩이처럼 느껴지다가, 갑자기…
- 여긴 아무것도 없어.
- 또 왔구나, 내 고장난 새야. 너를 저 멀리 데려갈 파도가 오고 있어... 하지만 넌 쓸려가지 못하지. 그래, 여기 머물러야 하는 거야. 항상 자신의 절반만…
- 생각들이 솟아나는군. 어둠 속에서 빛나는 백만 개의 불빛이지. 형제, 넌 정교한 기계장치라고... 이걸 봐. 모든 거리와 모퉁이 구석구석에서 보이는 저 얼굴과…
- 솜씨 좋게 던진 그물처럼, 잠이 바깥세상에 있던 너를 그 어두운 해안가로 끌어들여. 거친 그물에 피부가 쓸리고, 너를 옭아매 뇌 속까지 침투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