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
402- "오 안녕하신가, 선생! 지난번에 이야기한 것처럼 긴 인사말로 귀찮게 하지는 않겠네. 선생이 겁나 바쁜 양반이고, 뭐 좀 높으신 경찰 양반이시라는 건 알고…
- 10호 방은 다시 잠겼다.
- "또 눈이 오다니, 정말이지..." 손수레 옆에서 쉬고 있는 젊은 여자가 한숨을 쉰다.
- 당신이 쓰레기통에서 발견한 장부. 종이 뭉텅이가 플라스틱 클립보드에 매달려 클립으로 간신히 고정되어 있다. 희미한 소변기 세척제 냄새가 결정타를 날린다.
- 당신의 의지와 무관히, 팔이 뻗어지고 눈은 감깁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당신은 손가락으로, 이윽고 손 전체로 차갑고 미끈거리는 살점을 느낍니다.
- 당신의 손전등이 고대 동굴 속 벽화처럼 낙서, 그림, 기호로 가득 차 있는 낡은 녹색 칠판을 스쳐 지나간다.
- 육면체의 타일이 쉬지않고 불타오르는 듯, 기계 틀에 옅은 빛을 내뿜고 있다. 녹색의 PLAY 버튼과 PRINT 버튼이 키보드에서 빛난다.
- "행위예술 실험이 끝난 것 같군요. 좋아요, 뭘 도와드릴까요?"
- 그녀가 사진을 향해 손을 뻗어 받아 들고선, 잠시 그대로 쥔다...
- "아," 여인은 입을 열며 눈썹을 추켜올린다. 그리고요?
- "이... 현실이요?" 여인은 레인코트에 달린 모자를 가까이 당긴다.
- "사실은, 선한 유인원입니다."
- "그쪽과는 할 말 없습니다. 왜 시간을 낭비하시는 거죠?" 그녀가 팔짱을 낀다.
- "짜바리들이 돌아왔군..." 그가 비웃는다. "원하는 게 뭐야?"
- "네," 여자는 당신을 본다. "무슨 일이시죠?"
- "또 왔어?! 어이가 없네 빌어먹을..." 남자가 고개를 젓는데, 정말로 어이를 잃어버려서 어이없어하는 것만 같다.
- 배고픈 호스텔 손님들을 위해 음식을 마련하는 산업용 가스식 스토브다. 솥과 프라이팬 같은 것들이 주변에 놓여 있다.
- 당신은 낡고 커다란 창문을 보고 있는 자신을 다시 보게 된다...
메모
461- "그런 일을 처리하는 데엔 딱히 실력 좋은 공증인이 필요하지도 않을 겁니다. 서명을 안 받는 게 아마 최선의 수였던 거 같군요."
- 키츠라기 경위의 단호한 태도에는 변함이 없다. 그러나, 그가 이 사건에 기뻐할 리 없다는 것만은 느낄 수 있다.
- 경위는 무표정을 유지하려 하지만, 눈썹이 살짝 구부러진 것이 내심 기뻐하는 눈치다.
- "씨발 바로 그거지, 킴. 난 언제나 자네 편이네." (경위의 어깨를 툭 친다.)
- "경위 말이 맞아. 댁은 우리의 민족 자결권을 향한 노력을 훼방놓고 있는 거라고."
- 갑자기 아네트는 자신의 코 밑에 있던 혼란스러운 낙서를 쳐다본다. "맞다. 전 이제 엄마가 눈치채시기 전에 제 숙제를 다시 해야만 해요. 아휴, 이거 어려운데..."
- "대단하군요." 경위가 침묵한다. 그의 표정은 읽기 힘들었지만, 분명 행복해 보이지는 않았다. 그때, 그가 말하길...
- "전 이 대화를 그만두도록 하겠습니다." 경위가 가로막듯이 펼친 손바닥을 들어보인다. "이곳 마르티네즈의 사람들은 다양한 성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형사님의 의견에 동의하는 시민들을 제법 많이 만나게 될 겁니다. 하지만..."
- "뭐," 경위가 잠시 마음을 가다듬고 말한다. "그 주제에 대한 형사님의 관점을 명확하게 말씀하셨군요..." 다시 잠깐의 침묵이 이어진다.
- "가시죠." 경위가 당신을 향해 끄덕인다.
- "다 무너져가는 예배 장소에 들어가는 방법 치고는 참 엉망진창인 방법이었습니다. 교회도 제 생각에 동의하는 것 같은데요."
- "세상에, 형사님! 도대체 뭐가 문제이신 겁니까?"
- "그렇습니다. 오직 여기 계신 이 형사님만이 지어낸 초물리 부서와 존재하지 않는 공산주의 마법사의 말도 안 되는 헛소리의 연관 관계를 이끌어 내실 수 있죠..."
- 경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그렇게나 설득력 있는 생각이 당신의 입에서 나왔다는 것을 믿지 못하겠다는 듯 동공이 커진 것 같다.
- "적어도, 이 난장판을 벌이지 않은 게 얼마나 다행인지..."
- "아마 볼만한 광경이 되겠죠." 경위는 당신이 곰과 씨름을 한다는 상상에 즐거운 듯하다.
- "하지만 형사님께선 옳은 판단을 하셨습니다. 더 선택하기 어려운 길이었죠. 적어도 제 생각에는요."
- "하지만 형사님께선 분명 임무를 완수하셨습니다. 연합에 연락이 닿았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전 진짜로 형사님께서 해내실 줄 몰랐습니다, 그런데 제가 틀렸다는 걸 보여주셨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