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 인생 꼬인 멍청이
화자 · 32
발생 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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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지 마..." 남자의 떨리는 손이 서류를 잡는다. 그는 무릎 위에 서류를 올려놓고 천천히 서명을 적기 시작한다. 떨리는 손으로 적은 글씨는 거의 알아볼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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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한테 공짜로 받은 게 있어. 담배 한 보루를 통째로 샀을 때 사은품으로 받았지." 남자가 갈색 로고가 새겨진 하얀색 펜을 꺼낸다. "담배도 피워, 공짜 펜도 받아. 이보다 더 좋은 거래가 어디 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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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바깥에서는 이 이야기가 언급되는 걸 한 번도 들어 본 적이 없거든... 솔직히 말해서 처음에는 농담이라고 생각했다네. 하지만 해안에서 지낸 지 이제 여덟, 아홉 달쯤 되었는데, 그동안 이곳에 와서 뭔가를 찾아다니는 탐사대를 적어도 세 번은 봤어."
버려진 공사장 근처, 갈대밭 사이 어딘가의 모래밭에 삽이 부딪힌다. 청년들은 수상쩍다는 듯 어깨 너머로 경황을 살피고 있다. 갑작스러운 침묵에, 땅을 파는 소리는 더욱 크게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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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류를 가리지 않았어. 고고학자들과 폭력배들, 심지어 광고 회사 직원처럼 보이는 사람들도 한 무더기 보았지. 정말이야, 테킬라. 이 이야기는 어떤 유형의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힘을 가지고 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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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탐사대 중 하나를 처음 봤을 때에는, 그자들이 나를 아주 그냥 가지고 논다고 생각했어. 사실일 리가 없었거든. 심지어 나한테도 너무 하이 콘셉트적인 이야기였단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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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았어, 알았다고. 말해주겠네. 미리 경고하는데, 꽤 충격적인 이야기가 될 수 있어. 그가 은밀한 표정으로 눈을 찌푸린다. "그 이야기는 바로 이곳, 마르티네즈에 위치한 전설적인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시작하네."
"업계에 전설적인 족적을 남긴 디자이너가 한 명 있었지. 그자의 정확한 이름은 아무도 모른다네. 오란예에서 그로테스크와 산 세리프 글꼴의 신기원을 개척해 꽤 이름을 날렸지. 정말, 세기의 대천재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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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건, 그 친구는 얼마 뒤에 마르티네즈에 자기의 스튜디오를 꾸렸지. 그때부터 정말 끝내주는 예술품을 만들어내기 시작했어. 유리처럼 매끄럽고, 미래지향적인 글꼴 말일세. 당시까지 주류를 차지하던 디자인 트렌드를 확 뒤엎어 버릴 만큼 엄청난 물건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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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둬야 할 것은... 이 친구가 도전하려던 영역은 평소만큼 코카인을 빠는 정도로는 택도 없을 만큼 하이 콘셉트적이었다는 거야. 그 작업이 마무리될 즈음에는 코카인을 트럭째로 들여오고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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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킬라, 집중해! 어느 날, 이 친구는 그야말로 초인적인 집중력을 발휘해 작업하고 있었어. 그는 지금 손대고 있는 그 작품이 그의 일생의 걸작이 될 것이라고 직감했지. 미니멀리즘을 극한으로 추구한, 텍스트도 이미지도 없는 순백의 광고물이 될 거라고.
"결국 그의 구상은 천재에게도 너무 하이 콘셉트적인 도전이었나 봐. 그 디자이너는 작업을 마치기도 전에 책상에 코를 박고 죽었다네. 기록에 의하면 그의 마지막 유언은 이랬다더군: "코카인의 폭풍만큼이나 하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