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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전함과도 같은 잿빛 하늘과, 서로 충돌하는 구름들. 세상을 향해 쏟아지는 빗방울.
무너져내린 우수관. 빗물로 범람하는 오래된 하수도. 혁명기 무기의 은닉처. 3세기 전부터 왕족 시신을 안치해 온, 르 루와이욤 지하묘소로 이어지는 입구들.
재킷의 어깻죽지가 무거워진다. 피부 속까지 스며드는 한기에 몸서리치자, 도시는 전율한다.
빗물이 맨가슴 위로 흘러내린다. 피부 속까지 스며드는 한기에 몸서리치자, 도시는 전율한다.
세계의 수도가 레바숄이라면, 레바숄의 수도는 잼록이다. 갑작스레 눈썹에 물방울이 맺힌다.
문 뒤에는, 보급 상자 더미가 쌓여있다. 불그레하면서도 푸르스름한 금속제 선적 컨테이너는 빗물에 젖어 번들거린다. 대 레바숄 공업항은, 인간이 만들어낸 하나의 산맥과도 같다. 막대한 부가 잠재하나, 그 그림자에는 헤아릴 수조차 없는 빈곤이 깃들었으니.
마치 눈 사이로 흙탕물이 강줄기를 이루듯, 사람들이 오가는 길거리. 화재에 취약한 건물들이 앞뒤로 우뚝 솟아 자리잡은 곳. 비가 내리자 영화 대여소는 문을 열고, 함께 거닐곤 했던 모퉁이 사이로는 장갑 마차 한 대가 급히 지나쳐간다... 별안간, 등허리의 털들이 곤두선다.
든바다에서 바스라지는, 반쯤 잠긴 해안요새의 잔해들. 레바숄의 만 너머로는 환영들이 하늘을 향해 솟아오른다.
머리카락이 인근의 석탄 발전소에서 나온 재로 얼룩져 기름투성이다. 먼 곳 어딘가에서 굴뚝은 우뚝 솟은 채, 매연을 내뿜어댄다.
온 사방에, 쏟아지는 빗줄기가 레바숄 대도시를 뒤덮는다. 빗물은 처마로부터 떨어져, 도랑을 넘쳐 흐르며 오물들을 씻어낸다.
쿠롱, 하위 중산층들의 거주지. 도시 구획을 가로지르는 지류 건너의 지류. 빗줄기 속에 점차 사라져가는 칠 층짜리 건물들.
비탈진 길, 빈민가 위를 순환하는 고가도로. 그 콘크리트 기둥 아래로는 지붕들과 목제품, 타르가 바다를 이루어 북쪽으로 뻗어나간다. 사 층짜리 건물들은 빗방울을 맞이하고, 잼록에 쌓인 눈은 녹아내린다.
라 드리시엔, 드리스 왕정의 여객 항구. 부둣가에 정박된 유람선과, 강 지류의 어귀를 지켜보는 크레인들.
시야가 흐릿해진다.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린다. 빗방울이 눈동자를 찔러대는 탓에, 하늘을 올려다보며 눈을 깜빡이지 않을 수 없다.
분명 해춘이 도래했으리라. 눈은 녹아내리고 있으니...
마르티네즈 광장에 서있는 너, 하늘을 올려다보는 자그마한 점. 눈썹에 맺히는 작은 물방울. 조건부
여태껏 신발을 한 짝만 신었음을 알아차린다. 근처의 넝마 두른 소용돌이 호스텔 식당 발코니에는, 나머지 악어가죽 신발이 이제 빗물로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