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사
402- 저격수가 이곳을 암살을 위한 은신처로 사용했다는 걸 나타내는 무언가가 여기 있습니까? 이곳에는 그저 도시 쓰레기, 공병, 허물어져 가는 통신탑만 있을 뿐입니다.
- 오렌지색 재킷을 입은 경위의 익숙한 모습이 보인다. 심한 통증 때문에 둘이 됐다 셋이 됐다 한다.
- 미완성으로 남겨진 경위의 서류 뭉치다. 이번 사건에 더불어 최근에 일어난 다른 사건들까지 기록되어 있다.
- "죄송해요 제가 모두를 엿먹였어요. 추신. 범인은 제가 아니에요. 추추신. 위층에 선물 있어요."
- 여기서 벌어졌던 싸움의 흔적 위로 그라피토가 그려져 있다. 그라피토에서는 피와 중유기름 냄새가 난다.
- 꾀죄죄한 머리의 어린 소년은 돌멩이를 차고 있고, 다른 아이는 지켜보고 있다.
- 발걸음을 멈추자 바짝 마른 유리 조각이 발 밑에서 부스러집니다. 저 멀리선 새들의 날갯짓이 잔잔한 해수면 위를 스칩니다...
- 사슬은 바닷속으로 잠겨 들어가 해안의 보급창과 섬을 연결해주고 있다.
- 비바람에 풍화된 낡은 문이 보급고를 지켜 선다. 바람은 그 앞에 모래 언덕을 쌓아놓았다. 아마 오랫동안 열리지 않은 모양이다. 손잡이가 보인다.
- "연료군요. 이거면 될 겁니다..."
- ICM? 뭔가 익숙한데요...
- 낡은 원통형 발전기가 연료 주입구를 열어놓은 채 대기하고 있다. 급조한 듯한 전선이 측면에서 나와 바닥을 가로지른다.
- 기름때 묻은 오래된 스프링 매트리스가 구석에 놓여있다.
- 싸구려 잡지들, 장기 연재 판타지 소설과 형사 소설들, '동물 어드벤쳐', 전기 공학 잡지, 인터내셔널 스릴러. 약간 선정적인 책과 함께 지난 세기에 쓰인 역사…
- 육중한 금속 문이 그대로 서 있다. 완전하게 녹이 슬어, 더 거대한 문 사이에 끼어 있는 상태로.
- 흐릿한 금색 빛이 제어반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희미한, 유령 같은 불빛이다. 'Urgence -- Ouvert!' 다이얼 하나엔 이렇게. 'Allumer' 또…
- 반쯤 드러난, 무너져가는 지붕으로 가려진 콘크리트 평판 위에 빗물을 머금은 매트리스가 하나 놓여 있다. 매트리스의 머리맡에는 두 개의 구멍, 총안구가 마치 벽에…
- 노인은 갈대밭을 바라볼 뿐이다.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도 나타나지 않는다. 바람이 나뭇잎을 스치고 지나간 것처럼, 희미한 경련이 살가죽을 따라 흐른다.
메모
461- "그런 일을 처리하는 데엔 딱히 실력 좋은 공증인이 필요하지도 않을 겁니다. 서명을 안 받는 게 아마 최선의 수였던 거 같군요."
- 키츠라기 경위의 단호한 태도에는 변함이 없다. 그러나, 그가 이 사건에 기뻐할 리 없다는 것만은 느낄 수 있다.
- 경위는 무표정을 유지하려 하지만, 눈썹이 살짝 구부러진 것이 내심 기뻐하는 눈치다.
- "씨발 바로 그거지, 킴. 난 언제나 자네 편이네." (경위의 어깨를 툭 친다.)
- "경위 말이 맞아. 댁은 우리의 민족 자결권을 향한 노력을 훼방놓고 있는 거라고."
- 갑자기 아네트는 자신의 코 밑에 있던 혼란스러운 낙서를 쳐다본다. "맞다. 전 이제 엄마가 눈치채시기 전에 제 숙제를 다시 해야만 해요. 아휴, 이거 어려운데..."
- "대단하군요." 경위가 침묵한다. 그의 표정은 읽기 힘들었지만, 분명 행복해 보이지는 않았다. 그때, 그가 말하길...
- "전 이 대화를 그만두도록 하겠습니다." 경위가 가로막듯이 펼친 손바닥을 들어보인다. "이곳 마르티네즈의 사람들은 다양한 성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형사님의 의견에 동의하는 시민들을 제법 많이 만나게 될 겁니다. 하지만..."
- "뭐," 경위가 잠시 마음을 가다듬고 말한다. "그 주제에 대한 형사님의 관점을 명확하게 말씀하셨군요..." 다시 잠깐의 침묵이 이어진다.
- "가시죠." 경위가 당신을 향해 끄덕인다.
- "다 무너져가는 예배 장소에 들어가는 방법 치고는 참 엉망진창인 방법이었습니다. 교회도 제 생각에 동의하는 것 같은데요."
- "세상에, 형사님! 도대체 뭐가 문제이신 겁니까?"
- "그렇습니다. 오직 여기 계신 이 형사님만이 지어낸 초물리 부서와 존재하지 않는 공산주의 마법사의 말도 안 되는 헛소리의 연관 관계를 이끌어 내실 수 있죠..."
- 경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그렇게나 설득력 있는 생각이 당신의 입에서 나왔다는 것을 믿지 못하겠다는 듯 동공이 커진 것 같다.
- "적어도, 이 난장판을 벌이지 않은 게 얼마나 다행인지..."
- "아마 볼만한 광경이 되겠죠." 경위는 당신이 곰과 씨름을 한다는 상상에 즐거운 듯하다.
- "하지만 형사님께선 옳은 판단을 하셨습니다. 더 선택하기 어려운 길이었죠. 적어도 제 생각에는요."
- "하지만 형사님께선 분명 임무를 완수하셨습니다. 연합에 연락이 닿았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전 진짜로 형사님께서 해내실 줄 몰랐습니다, 그런데 제가 틀렸다는 걸 보여주셨군요."